배우 강동원, 30대의 가벼움 입다
배우 강동원(34)이 정통 엑소시즘을 표방한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11월5일 개봉)로 돌아온다.
지난해 주목 받은 단편영화 ‘12번째 보조사제’를 장편으로 재탄생시킨 ‘검은 사제들’에서 강동원은 악령을 몰아내는 구마 예식에 김신부(김윤석)의 보조 사제인 부제로 참여하게 된 신학생 최준호 역을 맡았다.
강동원이 연기할 보조사제는 부마자(사령이 몸안에 존재하는 사람)의 언어를 서취하고 구마사의 말을 번역해야 하는 임무를 담당한다.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구도자의 길을 선택한 최부제는 외국어에 능통하고 명석하나 음주, 커닝, 월담까지 가톨릭대학 교칙을 어기는 게 일상인 ‘똘기’ 충만한 신학생이다.
“강원도 교구의 신부님과 5일간 함께 지내며 생활했다. 3일 째에 신부님께 ‘인간으로서 감당할 직업이냐? 고해성사하는 이들의 걱정, 불행을 다 들어주고 상담하다 보면 스트레스를 너무 받을 것 같다’고 질문하자 ‘나는 귀를 빌려주는 사람일 뿐이야’란 말씀을 하셨다. 이 직업의 본질과 마음가짐을 깨닫게 됐다. 그러면서 캐릭터의 가닥을 잡는 키워드를 얻을 수 있었다.”
신학교 과정이 어렵단 걸 시나리오를 읽으며 간파는 했으나 막상 준비에 들어가니 머릿속이 아득해졌다. 신학생들은 3년 동안 라틴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중국어, 영어 등 7개 국어를 배운다.
각종 예식에 걸맞은 복장과 행동 또한 만만치 않았다.
“단순히 지식을 배우는 거면 하루 이틀 정도면 되는데 이번엔 마음가짐에 대해서 배워야 하니까 준비 기간을 길게 잡았다. 특히 나 같은 다수의 비종교인을 위해 열심히 공부해서 잘 표현해내고, 전달하고 싶었다. 어떤 작품보다 공부를 정말 많이 했다.”
연기를 위해 처음으로 강원도까지 가서 합숙생활을 하고 온 강동원에게 ‘초능력자’를 함께했던 김민석 감독은 “이번에 메소드 연기하시나봐!”라고 농을 건네기까지 했다.
예식이나 동작은 녹화 영상을 보며 숙지했고, 기도문 낭독 장면을 위해선 3명의 선생님을 모시고 라틴어 수업에 매진했다. 이탈리아 선생을 비롯해 4명이 머리를 맞대고 질의응답을 하며 의미, 말의 변형, 발음과 인토네이션을 파악했다. 그러고 나선 녹음파일을 무한반복 청취한 뒤 무조건 외웠다.
신부와 배우라는 직업은 사람들을 상대로 하며 자신과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 점,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과 술담배를 즐겨하는 게 비슷하단 생각을 했다.
강동원은 3연속 신인 감독 입봉작에 출연한다. ‘검은 사제들’의 아웃사이더 신학생, ‘범죄외전’의 날라리 사기꾼. ‘가려진 시간’의 소년성 짙은 남자로 휙휙 변신한다.
“1년에 2편 혹은 2년에 3편씩 했다. CF나 예능에 잘 안 비치니까 논다고 생각했던 듯하다. 최근 들어 그런 오해가 불식되기 시작한 것 같다. 원래 장난꾸러기 같은 면이 있는데 가장 내 성격과 비슷했던 캐릭터가 ‘두근두근 내 인생’의 철부지 아빠 대수다.”
강동원은 “이젠 사람들이 내 얘기를 관심 있게 들어주며 직업인으로서 인정해준다. 그래서 편하고 스스로 성숙해졌단 느낌이 든다”고 30대 중반이 준 선물을 공개했다.